비트코인 널뛰기 주범은 ‘일본’

입력 2017-12-12 08:52 수정 2017-12-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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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월 세계 거래 40%를 일본 엔화가 차지…레버리지 통해 비트코인 거래 나선 개인투자자 많아 투기 부추겨

가상화폐의 선두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널뛰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 이를 촉발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10~11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약 40%를 일본 엔화가 차지, 엔화는 미국 달러화를 넘어 세계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10월 엔화 점유율은 42%로, 36%에 그친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11월에도 41%로 선두를 유지했다. 엔화 비중이 50%를 넘는 날도 있었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의 90%를 차지했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자국 거래소를 사실상 강제 폐쇄하면서 최근 위안화 점유율은 거의 제로(0) 수준까지 하락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에 개인 자금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격 급등 속에 차입 거래 규모가 불어나는 등 투기적인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어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일본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피스코디지털자산그룹의 다시로 마사유키 비트코인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개정 자금결제법을 시행한 것이 비트코인 열풍의 계기가 됐다”며 “거래소에 감사와 고객자산 분별 관리 의무가 주어지면서 개인이 뛰어들기가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가 개인 비트코인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가격 변동을 노리고 개인들이 주식과 외환에서 돈을 빼내 비트코인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는 이용자 수가 지난해 말보다 2.5배 증가했다. 현재 전체 이용자의 60%를 30대 이하가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이 투기판처럼 된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내 비트코인 투자자는 1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일본에서 연초의 약 17배까지 치솟았다. 최근 기업들이 겨울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 도쿄에 사는 한 38세 회사원은 “보너스를 모조리 쏟아붓는 등 2주 전 800만 엔(약 7707만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투기 과열에도 투자자 보호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이 환율보다 심하지만 특별한 규제가 없다. 특히 개인이 차입금을 활용해 거래소에 예치하는 증거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으로 레버리지 거래를 하면서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가 현금 예치금의 15배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비중을 확대시킨 것과 동시에 가격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고 지적했다. 가노 유조 비트플라이어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본 내 비트코인 거래의 80%, 전 세계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코인(QUOINE)과 비트포인트재팬, GMO코인 등 다른 일본 거래소들은 예치금의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의 가토 사토루 수석 연구원은 “일본은 시세 조정에 대한 규제도 없다”며 “투명한 가격 형성을 감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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