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 세계에 대해 인터넷 문호를 열겠다고 밝혔다. ‘만리방화벽’이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글로벌 IT 기업의 중국 시장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시 주석은 3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제4회 세계인터넷대회에서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장이 대독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중국 사이버 공간의 발전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문이 점차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사이버관리국(CAC)의 주관으로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 왕후닝 상무위원은 “모든 당원에 봉사하고 현재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당국은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새로운 규정과 시스템을 개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날 대회에서 인터넷 검열 및 규제가 기술 발전과 사업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이번에도 ‘인터넷 주권’을 옹호했다고 전했다. 2년 전 대회에서 시 주석은 인터넷 주권 존중을 촉구했다. 인터넷 주권이란 정부가 외부 간섭 없이 자국의 인터넷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당국은 지난 몇 년간 인터넷 규제를 강화해 기업이 현지에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방화벽 우회 도구를 금지했다. 7월부터 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전면 금지해 안드로이드 마켓 및 앱스토어에서 VPN앱을 삭제했다.
규제 당국은 이 같은 법안이 국제 법규에 부합한다고 강조하며 개인정보 보호 및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는 규정이라고 비판해왔다.
이날 대회에는 미국 대형 IT 기업 임원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페이스북 관계자와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중국 본토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의 사용이 금지됐으나 대회장에서는 구글 접속이 허용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쿡 CEO는 “개방적이고 이익을 공유하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은 이번 대회의 주제이자 애플이 나누고자 하는 비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많은 파트너와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쿡은 중국 앱스토어의 개발자가 180만 명이며 1120억 위안(약 18조4217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언급했다. 이는 앱스토어 총 수입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CNBC는 쿡이 올해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애플은 당국의 규제에 따라 VPN앱과 메시징앱을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고 클라우드 데이터를 현지로 이전했다. 이에 일부 사용자와 시민단체로부터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은 아이폰8과 아이폰X(텐) 출시를 계기로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회복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