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기후 변화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셸)을 비롯한 정유업체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구체적인 방안을 꺼내놓았다고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셸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압력과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을 의식한 결단을 내렸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셸의 벤 반 뷔르덴 최고경영자(CEO)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풍력, 태양력, 전기차 같은 재생 에너지원에 연간 20억 달러(약 2조1640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표가 시작일 뿐이라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과 대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파리협약의 목표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셸은 5년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활동의 성과를 측정해 보고서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뷔르덴 CEO는 “이 활동은 전 지구적인 도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파리협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의 생산·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뜻한다.
워싱턴D.C에서 비영리기구 ‘깨끗한 기후 캠페인’를 운영하는 댄 베커 책임자는 “그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석유의 시대가 종말을 맞는 현재 셸은 경쟁업체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더 빠른 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셸의 주주인 친환경 재단 팔로우디스의 마크 반 밸 설립자도 “셸이 야침찬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2015년 195개국이 파리협약을 체결하고 나서 국제 정유업체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업체 스타토일은 풍력 발전에 크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스타토일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신재생에너지 회사 마스다르와 함께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선보였다. 세계 최초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이 영국 스코틀랜드에 등장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 22일에는 셸과 미국의 석유 업체 엑손모빌을 포함한 8개 석유업체가 메탄가스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8개 기업은 성명을 발표하며 메탄가스 배출량 감축 조치, 배출량 제도 개선 등을 약속했다. 미국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은 “메탄가스 배출을 관리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메탄가스는 석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도 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한편 셸은 최근 현금 흐름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익성 향상과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반영해 전액 현금배당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이날 선언했다. 셸의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3.39% 오른 26.86유로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