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리튬 확보 전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연료가 되는 리튬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중국기업들이 리튬이 풍부하게 매장된 남미와 호주 등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펼치는 가운데 리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중국 금속산업 전문 리서치 업체 아주금속망에 따르면 리튬 거래 벤치마크인 중국의 탄산리튬 가격은 이달 중순에 1t당 15만9000위안(약 2633만 원)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기자금 유입으로 가격이 크게 뛰었던 지난해 4월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2020년 이후에나 실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기차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질 앞으로 수년간 리튬 자원 쟁탈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조짐이다.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리튬 자원을 확보하라” 중국 국영 자동차업체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쉬허이 회장의 이런 호령에 임원들이 직접 칠레를 방문해 칠레산업개발공사(CORFO)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리튬 생산에서 배터리 제조, 전기차 조립 등 전반적인 산업 진흥책을 제안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도 칠레에서 리튬 확보에 나섰다. 중국 리튬 대기업인 청두톈치그룹은 칠레 리튬 개발 선두업체인 SQM 지분 2%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리튬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의 리튬 매장량은 글로벌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이에 리튬을 확보해야 할 중국기업들이 리튬이 풍부한 남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칠레가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남미에 전체의 3분의 2가 집중돼 있다.
중국기업은 남미는 물론 호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미는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염호(鹽湖ㆍ소금호수)에 포함된 리튬을 오랜 시간을 들여 건조해 채취하는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호주는 광석을 채굴해 바로 정제가 가능해 남미보다 생산 효율성이 좋다. 이에 호주 리튬 매장량은 전 세계의 10%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40%를 넘어 세계 최대 수준이다. 독일 BMW와 전기차 합작생산 협상을 진행 중인 중국 창청자동차는 최근 호주 리튬 광산 개발업체인 필바라미에랄스에 3.5%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 채굴이 시작되는 리튬 광물 인수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텐치그룹은 호주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탈리슨을 보유하고 있다.
리튬 확보에 나선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글로벌 메이저 광산업체 리오틴토와 일본 도요타통상 등이 최근 남미 리튬 개발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