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애플,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기업의 로고를 마주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기억에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려고 로고 제작과 홍보 등 브랜드 마케팅에 열심히 투자한다. 그러나 유명 상표의 특징과 색상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사이트 사인닷컴은 최근 미국인 156명을 대상으로 아디다스·애플·이케아·월마트·도미노피자·버거킹·세븐일레븐·스타벅스·타깃·풋락커 등 10개 브랜드 상표를 기억나는 대로 그려달라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브랜드 로고를 정확하게 그린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스타벅스의 로고를 제대로 그린 응답자가 가장 적었다. 미국에서 매일 1800만 잔의 커피를 판매하는 스타벅스의 로고를 정확히 그린 사람은 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31%는 브랜드명이 검은 원을 둘러싼 2011년 이전 버전의 로고를 기억하고 있었다. 90%의 응답자가 스타벅스 로고의 인어를 그려냈지만 세부 사항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아디다스 로고의 검은 줄이 몇 개인지 잊어버리는가 하면 붉은 원 안에 점이 찍힌 대형마트 ‘타깃’의 단순한 로고조차도 41%의 응답자가 원의 개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2014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들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85명을 대상으로 기억 속 애플 로고를 그려달라고 질문했다. 실험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애플 제품 사용자였으나 단 한 명만 로고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넬슨 제임스 사인닷컴 공동 설립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업들은 브랜드를 인식하고 기억하도록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 조사로 우리는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임스 COO는 “로고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려고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는 로고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벅스 로고가 가장 어렵다면서 “단순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단순한 로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버와 유투브, 드롭박스 같은 브랜드들은 더욱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로고를 재제작했다. 에어비앤비는 2014년 새로운 로고 ‘벨로’를 공개했다. 고객들이 쉽게 그릴 수 있는 형태다.
에어비앤비 로고 재디자인을 주도한 폴 스태퍼드 디자인스튜디오 공동설립자는 “우리는 모두가 그릴 수 있고 이해하는 로고를 만들어야 했다”면서 “호텔 비품에 로고를 그려놓듯 자신의 집을 빌려주는 사람이 벨로를 사용하도록 의도했다”고 밝혔다.
사인닷컴의 조사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정확하게 그린 로고는 이케아의 것이었다. 아사 노르딘 인터이케아시스템 수석 코디네이터는 “1983년 이래 꾸준히 사용한 로고의 독특한 모양과 색상이 소비자가 로고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면서 “브랜드의‘약속’을 담으면서도 일관되고 독창적인 게 이케아 로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