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7일 본격 시행됐지만 서울은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투기가 많이 발생하는 대구나 부산 같은 지방 광역시 주택의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7일부터 해당 법령이 공포·시행됐다. 일반분양은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분부터, 정비사업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분양가상한제는 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한 뒤 그 이하로 아파트를 공급하게 하는 제도다.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첫 도입돼 2015년 4월 사실상 폐지됐다. 분양가상한제를 실제 적용하기엔 적용 기준의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서다.
이에 정부는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 중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 10대 1을 초과하거나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할 때로 상한제의 기준을 완화했다. 3가지 요건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현재 서울에서 물가상승률과 집값상승률 요건에 포함되는 곳은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 전체다. 서울 전역의 집값 상승률(0.76%)은 서울의 최근 3개월간 소비자물가상승률(0.18%)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날인 6일까지 관리처분인가신청을 했다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분양을 앞두고 있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대부분이 관리처분인가가 끝난 만큼 해당사항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내년 하반기께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가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로또청약과 실효성 논란 우려도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로 낮은 가격에 꾸준히 분양될 것이라는 안정감에 분양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꾸준하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신반포 센트럴 자이’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같은 시세보다 싼 로또 아파트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실질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서울보다 투기가 많은 지방 주택시장에서 효과가 클 수 있다”며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때 부산과 대구는 고점 대비 31% 하락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