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일본증시는 14 거래일 연속 상승해 56년9개월 만에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세웠다. 유럽 증시도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한국의 코스피 역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23일 오전에는 개장과 동시에 2500선을 돌파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리스크,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독립, 일본 총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등 정치·경제를 막론하고 어떤 악재도 증시 상승세를 꺾지 못하는 모습이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내 생애에 왜 이렇게 시장이 상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글로벌 증시가 이처럼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모든 기업의 실적이 좋다는 점이다. 주식 시장은 기본적으로 상장기업의 실적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 순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기술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IT 거물들은 몇 년간 놀라운 성과를 창출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AI나 머신러닝 관련 기업은 미국 대선 이후 2배나 성장했다.
북한 문제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카오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도 투자 심리에 불을 붙인다는 분석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낮은 변동성은 미스터리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쳄발리스트 JP모건 시장 및 투자전략부문 회장은 “세계 시장에 브렉시트가 미친 영향도 생각보다 덜하다”고 분석했다. 북한 정권에 의한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펀더멘털에 영향이 없다는 신용평가사들의 견해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버블’ 조짐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 금융위기 때와 달리 현재는 실업률이 낮고 인플레이션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주택 시장도 회복됐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1980년대,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 때보다 낮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온갖 악재에도 상승하는 증시를 향한 경고도 존재한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금융 시장이 위험요소를 무시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핑크 CEO는 금융 시장의 위험이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하다면서 “위험성을 보여주기에는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