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기를 넘겼다.
미국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한국 이외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국가는 중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 등이다. 지난 4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던 대만은 이번 보고서에서는 제외됐다. 재무부 보고서에서 1988년에 제정된 종합무역법상의 환율조작국이나 2015년 발효한 교역촉진법의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다. 재무부는 반기마다 주요 무역파트너의 외환정책을 평가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지난 수년간의 실질적인 비대칭적 외환시장 개입으로 점점 커져가는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 강세를 제한하고 나서 한국은 원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점진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도 외환 순개입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무부는 6월까지 4분기에 걸쳐 한국은 약 50억 달러(약 5조6625억 원)의 외환을 순매입했으며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3% 수준이라고 분석했다”며 “이 기간 경상수지 흑자는 다소 줄어들어 상반기에는 GDP의 5.3%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해서 강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기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약한 환율이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과 관련해 보고서는 “한국은 지난 6월까지 1년간 대미 상품 무역수지 흑자가 220억 달러를 기록했다”며 “이는 그 이전 12개월보다 80억 달러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한국 당국이 내수를 강화하고 경제성장에 있어서 해외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재무부는 계속해서 한국의 환율 관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당국에 투명성을 높일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넘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를 초과하며 GDP 대비 2%가 넘는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 기준에 해당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들 조건 중 한 두 가지를 충족하면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놓는다. 한국은 지난 4월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부문에 해당됐으나 이날 보고서에서는 무역흑자 하나만 해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재무부 보고서는 중국 환율에 대한 비판이 다소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 위안화는 최근 미국과의 상호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그러나 달러화 약세 속에서 무역가중기준(trade-weighted basis)으로 평가하면 위안화는 글로벌 경쟁력을 좀 더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지난 4월의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저항하기 위한 영속적인 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삭제된 대신 “중국은 위안화를 지지하기 위한 노력을 뚜렷하게 축소했다”는 언급이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해 어조를 다소 낮춘 것 같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는 것도 이번 보고서에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재무부는 대만의 환율개입이 줄었다며 관찰대상국에서 제외시켰으나 환율개입과 외환보유액 등에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는 관찰대상국에 오르지 않았지만 재무부는 인도의 외환 매입이 늘고 있으며 대미 무역흑자도 6월 기준 1년간 230억 달러에 이른다고 경계심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