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모발이식학회장 황성주 박사 “같은 털도 이식부위 따라 달라져요”

입력 2017-09-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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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이마허벅지 등 자신의 몸에 옮겨 심으며 연구… 업계 최고권위 ‘백금모낭상’

▲국내 모발이식 분야 최고 권위자인 황성주 박사가 내달 세계모발이식학회(ISHRS) 회장에 취임한다. 한국인이 세계모발이식학회장에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한국컴패션)
▲국내 모발이식 분야 최고 권위자인 황성주 박사가 내달 세계모발이식학회(ISHRS) 회장에 취임한다. 한국인이 세계모발이식학회장에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한국컴패션)

오로지 연구만을 위해 손등, 이마, 목덜비, 허벅지 등 자신의 몸 곳곳에 털을 옮겨 심은 이가 있다. 결국 지난 40년간 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졌던 학설을 뒤집었다. 2002년 수여부영향설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국내 모발이식 분야 최고 권위자인 황성주(47) 박사(황성주 털털한피부과 원장)다.

국내 모발이식 분야 최고 권위자인 황 박사가 내달 6일 세계모발이식학회(이하 ISHRS) 회장에 취임한다. 한국인이 세계모발이식학회장에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 ISHRS는 국제학회로서 회원국 비중이 미국, 캐나다에 이어 3, 4위가 한국과 인도일 정도로 동양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황 박사는 “학회가 서양인 중심으로 운영돼 왔고, 아시아권 의사로서 이 점이 늘 아쉬웠다. 그동안 매년 워크숍을 미국에서 열었지만 올해에는 두바이에서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란이나 인도 출신 의사들이 미국 비자를 받기가 어려워서 학회 참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털은 옮겨 심는 부위의 영향을 받아 자라나는 형태가 달라진다’는 이른바 ‘수여부영향설’을 입증했다. 2003년 대한피부과학회 최우수논문상을 거쳐 2006년 ISHRS가 그 해 가장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긴 의사에게 수여하는 ‘백금모낭상’을 수상하면서 국제학회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ISHR는 1993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모발이식 및 탈모 분야 학술단체다. 최근까지 70여개국 1200명 이상의 피부과(25%)·성형외과(25%)·그 외(50%)의 전문의들로 구성돼 있다. 전 세계에 20개 지부학회를 두고 있다.

황 박사는 1999년 학회에 첫 참석한 기억을 또렷이 갖고 있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만난 외국 의사들은 본인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놀라울 정도로 깊이 있게 공유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마지막날 그해 가장 뛰어난 연구업적을 남긴 의사에게 백금모낭상을 수여하고, 수상자가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가슴 속에 깊이 남았다”면서 “‘나 또한 꼭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로서 저 자리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대구 출신으로 경상고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과거 어려운 가정 형편에 장학금으로 겨우 공부를 이어왔다. 어린 시절 황 박사는 사회에 나가면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10배로 돌려줘야 한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는 백금모낭상 수상 이후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을 통해 5명의 해외 어린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후원 어린이를 100명까지 늘렸단다.

황 박사는 “필리핀에 사는 카를로 클라린과 인연은 특별했다. 클라린은 어릴 때 만난 후원자가 개인사정으로 후원을 중단하면서 대학과정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었다. 클라린 얘기를 들으니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장학금으로 의대공부까지 했던 내 학창시절이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사회 후원과 연구활동에 여념이 없는 그는 “한 분야를 오랫동안 깊이 있게 연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매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매년 논문을 쓰고 해외 학회지에 싣고 있다”고 했다.

2011년 한국인 최초로 아시안모발이식학회(AAHRS) 회장을 역임했던 그는 한국인 최초 세계모발이식학회 회장으로 활동한다. 그는 “내년에는 ISHRS를 아시아권에서 개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국제학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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