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26일(현지시간) 독립투표 승리를 선언하며 중앙정부에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 이에 이라크와 터키 등이 경제제재와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쿠르드 독립 문제가 중동분쟁의 새로운 도화선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이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수반은 “전날 치러진 투표에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쿠르드 자치정부 집권당인 쿠르드민주당(KDP)에 따르면 유권자의 77.8%가 투표에 참여해 그 중 독립 찬성이 91.8%에 달했다.
그러나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쿠르드 자치정부의 협상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르드 지역 내 아르빌과 술레이마니아 국제공항의 통제권을 29일 오후 6시까지 중앙정부에 넘기지 않으면 이들 공항을 폐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또 쿠르드 자치구가 독자적으로 원유를 거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이라크 통일 또는 주권을 놓고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라크 헌법에 따라 중앙정부 권한을 행사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자국 내 쿠르드족의 분리ㆍ독립 요구가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터키도 반발하고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경제제재에서 군사행동까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쿠르드 자치구와의 국경과 영공을 봉쇄하고 송유관을 폐쇄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터키와 이라크 군은 쿠르드족 자치구와의 국경지대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이란 군 당국은 긴장 고조에 국경 부근에 미사일 시스템을 추가 배치했다. 이란 측도 쿠르드 독립은 역내 제2의 이스라엘이 탄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날 치러진 독립투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고 쿠르드를 후원하는 미국도 역내 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다며 투표를 반대했다. 그러나 자치정부는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이라크와 협상에 임하고자 이를 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