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판결문으로 본 '대조약 논란'의 쟁점과 법리적 해석

입력 2017-09-25 07:36 수정 2017-09-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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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ㆍ중앙행심위 "대조약, 기업에 이익 제공" vs 식약처ㆍ종근당ㆍ행정법원 "대조약, 후발의약품 개발 도구"

대웅제약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판권 이전으로 촉발된 대조약 지위를 둘러싼 논쟁이 끝이보이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원 개발사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종근당글리아티린’이 허가를 취하한 글리아티린 대신 대조약으로 지정되자 대웅제약이 강하게 반발하며 번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법정 다툼도 치열하다. 대웅제약은 식약처의 종근당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정을 문제삼아 행정심판을 제기한 결과 승소했지만 종근당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행정심판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조약은 기업이나 연구자가 개발하려는 의약품(시험약)의 비교 대상이 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허가를 받을 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대조약과 비교해 흡수 속도와 흡수율이 동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주로 최초 허가된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조약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대조약이라는 지위가 과연 기업들에 이익을 제공하는지 여부다. 만약 대조약이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제도라면 대조약 박탈은 처분과 같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대조약이 단순히 후발의약품 개발을 위해 편의상 지정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면 논쟁은 불필요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는 대조약이 ‘기준이 되는 의약품’이라는 지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4일 대조약이 구체적인 이익을 주는 지위가 아니라며중앙행심위의 판단을 취소했다.

해당 판결문을 통해 주요 쟁점과 법원의 판단 취지를 살펴봤다.

◇중앙행심위 “대조약, 후발의약품의 기준이 되는 지위 ”

대웅제약은 지난 2000년부터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로부터 글리아티린의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아 국내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판매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대웅제약과 이탈파마코와의 계약 종료와 함께 글리아티린 원료의약품 사용권한과 상표권은 종근당으로 넘어갔다. 종근당은 이탈파마코로부터 공급받은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만들어 ‘종근당글리아티린’이라는 상표명으로 팔기 시작했다.

▲대웅제약 '글리아티린'
▲대웅제약 '글리아티린'
대웅제약이 더 이상 ‘글리아티린’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지난해 3월 글리아티린의 허가를 취하했다.

일부 제약사들이 기존에 대조약이던 글리아티린의 허가가 취하되자 제네릭 개발을 위해 비교할 새로운 대조약 변경을 요청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 글리아티린을 대조약 목록에서 삭제하고,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새롭게 대조약으로 지정한 내용을 담은 ‘의약품동등성시험 대조약 선정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대웅제약은 식약처의 대조약 변경이 타당하지 않다고 식약처를 대상으로 중앙행심위에 ‘의약품 동등성시험 대조약 변경공고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대조약이 기업들에 이익을 주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웅제약은 “대조약으로 선정된 의약품은 처방시 같은 성분의 제제 중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고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 면제되는 등 법률적·경제적 효과를 누리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대조약을 글리아티린에서 종근당글리아티린으로 변경하는 것은 대웅제약에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인데, 대조약 선정 공고 과정에서 의견청취절차를 거치지 않아 행정절차법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대조약이라는 지위가 기업에 이익을 주는 제도라는 이유로 대조약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처분으로 볼 수 있어 사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식약처는 대조약은 특정 업체에 이익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고 맞섰다. 식약처는 “대조약 선정은 의약품 동등성 입증이 필요한 후발 의약품 관리의 적정을 기하기 위한 것일 뿐 해당 업체에 특정한 권익을 부여하는 처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종근당은 대웅제약으로부터 계약자의 지위를 양수하지 않았고, 종근당이 원개발사로부터 주 성분을 공급받은 것만을 이유로 대조약으로 지정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의 제품명 변경 전 제품인 ‘알포코’는 2015년 청구수량의 순위가 12위에 불과해 대조약 선정요건을 구비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대조약 선정기준을 보면 신약, 원개발사 품목 등의 요건을 갖춘 제품이 없을 때 청구수량이 가장 큰 품목이 대조약으로 정하도록 명시됐다.

식약처는 종근당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선정도 합법하다고 주장했다. 상표권자인 원개발자는 대웅제약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종근당과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종근당이 제조하는 종근당글리아티린은 대조약의 선정 기준인 ‘원개발사의 품목’이라는 요건을 충족, 신규 대조약으로 적법하게 선정됐다는 의미다.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은 품목허가 취하 이후에도 일정 기간 건강보험급여가 유지돼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어서 후발 제약사의 대조약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리도 펼쳤다. 당시 대웅제약은 중앙행심위에 2016년 8월30일 기준 글리아티린의 재고금액은 61억6500만원이라는 자료를 제출했다.

허가 취하된 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삭제도 타당한 행정이라는 게 식약처 판단이다. 관련 규정을 보면 ‘생산 중단 등의 사유로 대조약을 구할 수 없음이 입증되는 경우’란 ‘품목허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또는 수입 중단 등의 사유로 후발 의약품의 동등성시험 수행시 대조약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품목허가가 없는 글리아티린은 대조약 확보 여부를 따질 대상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중앙행심위는 대조약이 특정 기업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지위라는 점을 인정했다.

중앙행심위는 “대조약은 관련 고시에서 정한 우선 순위에 따라 한 개의 품목만 선정되고 대조약으로 선정된 의약품은 향후 의약품을 개발하는 모든 제약사의 동등성시험에 있어 기준이 되는 의약품이라는 지위를 갖게 된다”라고 판단했다.

대조약이 갖는 혜택을 인정함에 따라 대조약 삭제는 처분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중앙행심위는 “글리아티린을 대조약에서 삭제하고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신규 대조약으로 지정하면 글리아티린을 제조·판매하는 대웅제약의 법적 지위도 변동한다고 할 것이므로 대조약 삭제 공고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결국 대조약 삭제 및 변경 과정에서 대웅제약에 사전통지를 했거나 대웅제약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공고는 행정절차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이다. 또 식약처가 글리아티린의 대조약 공고 삭제 과정에서 대조약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 및 확인 절차 없이 글리아티린의 품목허가가 취하됐다는 등의 이유로 종근당글리아티린을 신규 대조약으로 변경한 것도 관련 구진에 위배된다고 결론내렸다.

◇서울행정법원 "대조약, 법률적 이익 제공하지 않는다"

중앙행심위가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주자 종근당이 서울행정법원에 중앙행심위의 재결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정부 기관은 행정심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식약처와 같은 입장을 가진 종근당이 식약처를 위해 행정소송을 통해 행정심판의 부당성을 따졌다.

행정소송에서 종근당은 식약처가 행정심판에서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조약이 제약사에 법률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
종근당은 “특정 의약품이 대조약으로 선정된다고 하여 해당 의약품이나 그 제조업자에 어떠한 권리 도는 의무가 부여되지 않으므로 대조약에서 제외되더라도 제조업자의 법률상 이익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중앙행심위는 대웅제약의 행정심판 청구를 각하했어야 함에도 대웅제약에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행정심판의 재결이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종근당은 대조약 공고는 특정 기업에 이익을 침해하는(침익적)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공고 과정에서 사전통지 절차나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도 제기했다.

반면 중앙행심위는 대조약으로 선정된 의약품은 약사법 등에 의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 면제되고 안전성이나 위해성 등에 있어 가장 안전한 약으로 공인돼 처방시 같은 성분 의약품 중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는 점 등의 법률상 이익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중앙행심위는 대조약 공고로 대웅제약이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등 이익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어 식약처는 사전통지나 의견제출의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문제삼았다.

서울행정법원은 대조약이 구체적인 법률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종근당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은 약사법 등 근거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식약처가 대조약을 선정하는 것은 새로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으려는 제약사에 필요한 동등성시험을 실시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해 주는 의미를 가질 뿐, 이미 품목허가를 마친 대조약 제약사의 구체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것과는 관계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이 대조약으로 선정돼 있을 때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대조약 지위가 이익을 제공한다는 대웅제약과 중앙행심위의 주장도 일축했다.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이 허가 취하 이후 대조약으로 지정될 수 없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삭제 공고 이전에 이미 품목허가를 스스로 취하해 글리아티린을 더 이상 제조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조약 지위의 전제 요건인 ‘픔목허가’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은 대조약 공고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으므로 중앙행심위는 대조약 공고의 취소를 구하는 대웅제약의 심판청구를 각하했어야 했다”면서 “중앙행심위의 재결이 위법하기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라고 결론내렸다.

한편 대웅제약은 행정소송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어 향후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 측은 “1심법원 판결에 따르면 부당한 식약처의 대조약 선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법적으로 다툴 수 없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항소가 결정되면 1심 판결 부당성을 적극 다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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