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이 13년 만에 미국 달러 표시 국채를 발행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20억 달러(약 2조2570억 원)에 달하는 달러 표시 국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지난 200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은 13년 전 달러와 유로 표시 국채를 발행해 약 17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WSJ는 중국은 이미 달러 자금이 넉넉해 굳이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필요가 없다며 국채 발행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이번 달러 표시 국채 발행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금융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 힘입어 지난해의 자본유출과 위안화 가치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3조915억 달러로, 전월의 3조807억 달러에서 늘어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또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해외보다는 자국에서 국채를 발행해 자금 수요를 충족해왔다. 중국은 1990년대 몇 차례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다. 그중에는 1996년 발행한 금리 9%의 100년 만기 국채도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이후 해외시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단기성 투기자본인 핫머니가 꾸준히 중국으로 유입되고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중국 경제는 최근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해 경기둔화 우려를 씻어냈다.
이런 중국이 13년 만에 달러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건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월, 톈안먼 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 이후 28년 만에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당시 무디스는 부채 급증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배경으로 중국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이에 중국 재정부는 6월 올 하반기 20억 달러어치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WSJ는 중국이 그동안의 자본유출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땅에 떨어진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달러 표시 국채 발행으로 글로벌 투자 공동체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고 투자자들이 중국 채권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넬대학의 에스와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은 분명히 돈이 필요 없다. 달러 표시 국채 발행은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려는 장기적 목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현 단계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이 다른 어떤 목표보다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시장에서는 중국의 막대한 부채에 대한 불안도 최근 완화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IHS마르키트는 현재 중국 5년물 국채 1000만 달러어치에 대해 투자자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해 지불하는 비용이 5만8000달러로, 지난 2015년 9월 1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런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중국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새 달러 표시 국채 물량 대부분을 중국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소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 표시 국채 발행에 성공하면 해외 투자자들에게 중국 경제와 신용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새 국채 발행이 다음 달 치러지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 앞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이런 국채 발행은 중국 기업과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는 올 들어 지금까지 해외시장에서 총 3797억 달러 채권을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