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도시바메모리 인수와 관련한 WD 진영의 수정안을 공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WD는 자사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시 전환사채(CB) 1500억 엔(약 1조5576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애플에서 약 500억 엔의 자금을 지원받아 참여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도시바메모리의 최대 고객인 애플을 확보함으로써 사업을 안정시킬 의도로 보인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애플은 도시바메모리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WD가 이같은 수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애플은 인수전에 뛰어든 3개 진영 모두의 히든카드로 부상했다. 앞서 한국 SK하이닉스, 미국 베인캐피탈, 일본 산업혁신기구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은 애플을 포함하는 인수안을 도시바 측에 제안했다. 대만 홍하이정밀공업도 애플이 합류된 방안을 제안했었다. 여기에 WD 진영까지 가세하면서 3개 진영이 모두 애플에 추파를 보내는 형국이 됐다. 각 진영은 애플의 합류를 지렛대로 인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다. 다만, 애플이 어느 진영에 설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시바는 WD 진영이 제시한 1조900억~2조 엔의 인수액에 대해선 대략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향후 WD의 의결권 비율과 일본 정부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는 방안 등을 놓고 협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WD는 향후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 취득 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수정안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도시바메모리가 기업공개(IPO)를 한 뒤 WD가 15% 이상의 의결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미리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취득하는 방안을 WD는 고려하고 있다. WD는 앞서 도시바 의결권 취득의 하한을 낮추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는 SK하이닉스와 같은 경쟁자들에게 의결권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WD 인수안의 또 다른 핵심은 WD가 욧카이치공장 내 자산 지분을 늘려가겠다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현재 욧카이치공장의 지분율은 도시바가 약 60%, WD가 약 40%다. WD는 이 비율을 50 대 50으로 동등하게 조정하려 하고 있다.
한편 도시바는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며 그 전까지 매각에 합의할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