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사태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업계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설 등 안팎의 잡음이 있긴 했지만 롯데면세점 측이 사업권 포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4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측에 지속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요청해 왔으며 실질적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 사업권을 포기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면세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롯데를 비롯해 신라, 신세계 등 다른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들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사례에서 보듯 다른 면세점들 역시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2분기 29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사업권 획득 이후 5년간 임대료는 4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라(1조5000억 원대)나 신세계(4000억 원대)의 임대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수준이다.
롯데는 5년 가운데 3∼5년차인 올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전체 임대료의 약 75%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특히 4년차와 5년차의 경우 연간 1조 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를 포함한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000억 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이 59.5%에 이르는 등 임대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또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영업이익의 약 66%를 면세점 임대료가 차지하는 등 인천공항 발전에 기여해온 만큼 업계의 어려움을 선처해 달라는 입장이다. 사드 보복성 제재라는 외부 정치적 환경 때문에 영업 타격을 입은 만큼 ‘고통 분담’ 측면에서도 임대료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 업체 대표들은 지난달 30일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직접 만나 한시적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줄곧 임대료 조정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임대료 인하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큰 상황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가 공항공사를 압박하기 위해 철수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