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를 공정거래법에 도입한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사건의 피해자가 공정위 신고나 처리 결과를 기다리기 보단 법원에 위법행위의 신속한 중지(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장치다.
또 경제력 집중 기업의 규모를 강제로 줄일 수 있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과 검찰과의 협업방안도 논의한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 법집행시스템의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부권소송제 도입을 논의키로 했다.
특히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갑질 횡포를 당한 을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통한다. 힘있는 갑 기업과 소송전에 시달리다 사업부도를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2년이 넘게 걸리는 공정위의 행정처분 결과는 중소·영세기업들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때문에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은 지난 몇 년에 걸쳐 국회 계류 등 논의돼 왔으나 다른 현안들에 밀려 지지부진해진 바 있다.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될 경우 피해를 입은 소비자나 기업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중단시켜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아울러 TF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부권소송제 도입도 논의 대상이 포함했다.
행정수단 개선 과제로는 시장의 경쟁질서 회복이 어려울 때 기업분할명령제 등 구조적인 시정조치를 내리는 안도 검토한다.
기업분할 명령제는 시장경쟁을 훼손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과도한 기업에 대해 규모를 줄이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굵직한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논의를 위해 TF는 공정위 신영선 부위원장을 TF위원장으로 경제단체, 시민·소비자단체 등 외부전문가(10명)가 구성됐다.
경쟁정책국을 주축으로 한 공정위 소관 국장을 비롯해 행안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도 참여한다.
공정위 측은 공정거래사건 증가추이 등(연간 약 4000건)을 고려할 경우 현행 과징금 등 행정적 수단 중심의 공적집행체계로는 신속한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민관합동으로 한 이번 TF의 출범이 집행수단의 다양화 등 공정거래 법집행체계의 종합적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적 소송제도·증거개시제도 등 민사제도를 기반으로 경쟁법 집행의 약 95%를 피해자 개인(민사)이 담당하고 있다.
고병희 공정위 경쟁정책과장은 “단순히 전속고발제 폐지만으로는 피해구제 및 법위반 억지에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민사, 행정, 형사적 수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집행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이어 “내년 1월말 종합보고서 발표를 목표로 국회의 법안심의 일정 등을 고려, 시급한 과제를 우선 논의할 것”이라면서 “10월말까지 중간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