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 등을 언급하는 모습이다.
21일 김상조 위원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그대로였다"며 "현대차그룹과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현대차그룹 역시 현재 순환출자 구조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하룻밤 사이에 순환출자 문제를 단번에 해소할 순 없겠지만 현대차그룹도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순환출자가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현대차를 콕 짚어 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등 현재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같은 순환출자고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에 대한 낮은 지분율(각 5.17%, 2.28%)을 가지고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계속되는 지적이 아니더라도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에 재벌 개혁의 방점을 찍은 문재인 정부에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이른 시일 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승계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승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주회사 전환 등의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3개 회사가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3개 회사의 투자 부문을 합병하는 방식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경우 합병 시점 오너일가의 지배력 공백이 한 달 내외가량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백 기간 동안 오너일가는 5.8%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해야 하는데 이 기간 외국인 주주의 홀딩스 지분은 약 40%를 초과하게 된다.
또한 기존 순환출자는 해소되지만 현대모비스의 2대주주인 현대제철이 기아차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어 인적분할 과정에서 새로운 지주사와 상호출자관계가 만들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그럼에도 3사 분할합병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본다”며 “(현대차 등 3개 회사를 분할 및 통합한 뒤 만든) 지주회사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거나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이 그 다음 절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