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구매하고 한 달 사이에 중대 결함이 수차례 발생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소비자권리 보호법 가운데 레몬법이 가장 강력한 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 같은 법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대림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국내 브랜드는 차량을 대량 생산하면서 AS센터 구축이 잘돼 있다”며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AS센터가 부족해 지방에 사는 소비자가 불편함을 많이 겪는다”고 운을 떼며 수입브랜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센터가 멀리 있다 보니 사설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지 않을 경우 나중에 무상 AS를 받을 수도 없게 된다”며 “부품이나 공임비가 국산차에 비해 3~10배 높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말을 이어나간 그는 “국내 소비자가 ‘봉’이나 ‘마루타’로 불릴 정도로 홀대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자동차 산업을 재벌과 브랜드 중심으로 키우다 보니 아직도 그 관행이 남아있어 자동차 문화가 후진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동차 선진국은 자동차 산업과 문화가 선진형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가 주장한 것은 한국형 레몬법 도입의 필요성이다.
그는 국내에서 레몬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 교수는 “레몬법 발의만 벌써 네 번째다. 이번에도 통과가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신차의 경우 소비자에게 부동산 다음으로 큰 재산인데 왜 이리 무심한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해외 국가 중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대한 권리가 가장 쎈 미국은 차량 결함이 발생하면 회사 측이 차량에 결함이 없음을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차량 결함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그 결함을 증명해야 한다. 징벌적 보상제도가 있어 자동차 회사가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천문학적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김 교수는 국내의 법 실정이 수입 브랜드의 ‘버릇’을 잘 못 들였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올 초기에는 선진시스템을 많이 전파했던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법에 능숙해져 한국의 법대로 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량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해 법적 다툼이 생기면 소송을 장기간 끌고 가려고 한다”며 “법적 다툼이 길어질 경우 개인인 소비자가 겪는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나쁜 습관을 배웠다고 부연했다.
이에 그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문성 있는 시민단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문화가 선진형으로 갈 수 있도록 전문성이 있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상태에서 정부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비자 중심의 자동차 공공기관을 설립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