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나프타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의 발언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으며 전문가들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도발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 주에서 열린 지지 집회에서 “우리는 나프타 협상에서 이용당했다”며 “재협상이 타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느 시점에서 나프타는 종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나프타 폐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나프타 재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난 뒤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CNN머니는 보도했다. 지난 20일 나프타 1차 협상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막을 내렸고 2차 협상은 다음 달 1일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시작한다.
트럼프가 나프타를 폐기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으나 전문가들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이를 분석했다. 팀 킬러 전 USTR 관료는 “모든 협상은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겠다는 위협과 그것을 어떻게 믿게 하는지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자신들이 나프타를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상대국이 믿게 하는 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터슨국제연구소의 게리 후프바우어 나프타 전문가는 “트럼프는 ‘나쁜 경찰’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며 “USTR의 라이트 하이저 대표가 실무 협상에서 ‘착한 경찰’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멕시코와 캐나다가 앞으로 4개월 동안 협상에서 트럼프의 적극적인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은 정말 파기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트럼프의 발언에 괘념치 않는 모습이다. 캐나다 정부의 아담 오스틴 대변인은 “무역 협상은 종종 열띤 논쟁의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우리는 나프타 재협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루이스 비데가라이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에 놀라지 않았다”며 “교섭에 집중할 것이고 멕시코의 국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