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연일 초강경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여파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도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압박을 강화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도 그간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던 중국에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 제재)’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뉴저지 주 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화염과 분노’ 경고는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 공격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을 한다면, 북한은 결국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미국 정부는 그간 일련의 제재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북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러한 제재는 사실상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미국 정부가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경제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이뤄진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을 없애려면 중국이 대북 압박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공약과 달리 마라라고 정상회담 직후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방침을 철회한 것도 중국의 대북 압박 공조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국은 대북 압박 강화에 대해 이렇다 할 공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그 사이 북한은 아홉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단행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중국에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수천억 달러의 손실을 본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5일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새 결의안에는 북한 석탄, 철, 철광석, 납 등 주요 광물과 해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북한의 연간 대외수출액 3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를 차단한 셈이다. 여기에 안보리 회원국의 북한 노동자 고용과 북한 기업체와의 신규 투자·공동 사업 금지 조치도 포함됐다.
그러나 새 제제안이 통과됐어도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미 유엔 측도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대북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북한이 취하는 편법도 다양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효를 거두려면 북한의 최대 교역대상국인 중국이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유엔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북한의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가까이 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은 북한산 수입 억제 조치에 나섰으나 대북 수출은 되레 30% 늘었고 양국 전체 교역액은 10% 늘어난 2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무역과 금융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이날 MSNBC에 출연해 “중국은 북한과 거래할 지, 미국과 거래할 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두 나라를 모두 선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6월 북한과 거래한 두 명의 중국인과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해운회사 다롄국제해운을 대북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제재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CNBC는 트럼프가 아직 수십 개의 외교라인을 채우지 못해 세컨더리 보이콧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백악관은 상원의 동의가 필요한 국무부 직책 중 절반 가까이를 채우지 못했다. 특히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월 20일 퇴임한 이후 7개월째 공석이다. 주미 한국대사 인선도 문재인 새 정부가 출범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아 한국과 미국 간의 외교 공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