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자전거 공유업체들이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는 ‘도크리스(Dockless)’ 문제로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자전거 공유업체인 오바이크는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에 론칭을 했다. 론칭을 하자마자 오바이크는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오바이크를 포함해 중국의 모바이크, 오포 등은 별도로 대여하는 장소가 없다. 아무 데나 주차를 해 놓으면 탑승자가 앱을 이용해 QR 코드로 스캔한 뒤 ‘락(lock)’을 해제한다. 이용자는 목적지 주변의 아무 데나 다시 주차를 해 놓는다. 일명 도크리스 시스템이다. 문제는 무분별하게 주차된 자전거들이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고, 오히려 교통체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오바이크가 런던 중남부의 원즈워스 지역에서 오바이크의 자전거 130개를 압수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오바이크가 휠체어, 유모차 등의 통행을 저해한다며 오바이크를 “노란색 자전거의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런던 시 보행 위원회의 윌 노만 공무원은 “오바이크는 런던 당국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수백 대의 자전거를 설치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민들이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런던 전역에 무작위로 자전거를 풀어놓는 것은 사전에 규제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이크와 비슷한 자전거공유업체들과 런던 당국은 현재 규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의 해머스미스 지역과 풀햄 지역에서도 오바이크는 제재를 받았다. 지난달 13일 지역 의회는 “우리와 상의도 없이 400대의 자전거를 시에 들였다”며 “길에 놓인 자전거들이 보행자가 길 걷는 것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지역 당국은 당장 자전거 철수하라고 요구했고 오바이크는 다음 날 즉각 자전거를 철수했다. 오바이크 측은 지자체의 대응에 실망감을 표했다. 오바이크 측 대변인은 “벌금을 물리는 등의 방법으로 당국이 지적한 무차별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문제는 국외 진출 전부터 예고됐던 것이다. 자전거 공유 시장이 가장 발달한 중국에서는 업체들의 자전거가 나무에 걸려 있고, 운하 밑에 던져져 있는 등 문제가 잇따랐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에 론칭한 중국의 모바이크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모바이크는 30분에 이용요금이 0.5파운드로 매우 저렴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미 중국 도시를 포함해 세계 150여 도시에 진출한 모바이크는 다음 달에는 런던에 750개 자전거를 설치하고 나서 론칭할 계획이다.
런던은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알려졌다. 최근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자전거 도로를 구축하는 데 10억 달러(약 1조1415억 원)를 들이겠다고 밝혔다. 런던시 공무원들도 겉으로는 자전거 공유업체의 진출을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수요 파악과 파생되는 문제를 막고자 먼저 지역 당국과 협의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