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량대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은 이미 버터에 품귀 현상이 나타나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2% 상승한 179.1포인트로,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유제품과 곡물의 공급량 감소와 아시아 지역의 수요 확대가 식량가격 상승 배경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특히 가격 상승에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유제품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2% 폭등했다. 유럽과 뉴질랜드에서 원료가 되는 우유 생산량이 줄면서 버터와 치즈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분유 수입이 활발한 것도 유제품 가격 폭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전날 전 세계적으로 버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럽에서 지난 6월 소매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제과협회는 “버터 품귀 현상으로 크루아상과 타르트 브리오슈 등 빵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현 상황은 중대한 위기”라고 묘사했다. 이어 “버터 가격은 확실히 변동성이 강하지만 이전에는 이렇게 가격이 뛴 적이 없었다”며 “버터 공급부족은 연말에 실질적으로 제과산업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버터 등 유제품 가격이 오른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자국 식품안전에 불안을 느끼는 중국 소비자들은 앞다퉈 외국산 유제품 구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중국의 유제품 수입이 전년보다 38% 급증할 것이며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가 그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무부는 전 세계 버터 소비량은 올해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품에 대한 인식 전환도 버터 수요를 늘리고 있다. 그동안 지방이 많이 들어간 버터는 심장 질환의 주범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버터가 건강에 좋지도 그렇다고 해롭지도 않은 식품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또 지방보다 설탕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마가린 등 가공식품 대신 버터와 같은 천연식품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에 유럽과 미국에서도 버터 소비가 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유럽인의 1인당 버터 섭취량은 지난 2010년 7.9파운드에서 2015년 8.4파운드로, 미국은 4.9파운드에서 5.6파운드로 각각 증가했다.
수요는 이렇게 늘어나는데 오히려 공급은 줄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EU 지역 버터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줄었고 재고량은 98% 급감했다.
다른 식량도 가격이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밀 가격 상승과 중국의 옥수수 수입 증가로 글로벌 곡물 가격은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9.5% 뛰었다. 육류도 양고기 가격 상승 등에 8.2%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