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과 정치적 견해 차이 등에 따른 대립에서 촉발된 미국의 ‘이데올로기 전쟁’이 실리콘밸리로 확산되고 있다.
구글이 지난 6일(현지시간) 성차별적인 내부 메모를 남겨 자사가 추구하는 ‘다양성(Diversity)’을 해쳤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모어를 해임하면서 이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일단, IT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구글의 조치를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실리콘밸리가 이데올로기적인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는 상징이 다모어 해고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자유주의적이며 좌파적인 성향이 강했던 실리콘밸리 내에서는 이런 이견 표출이 드물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오면서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침묵을 지켰던 반대 성향(우파)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극명해지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이미 이런 전쟁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혐오감이 팽배한 가운데 일부나마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결정에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피터 틸 페이팔 공동설립자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지난해 8월 “트럼프 지지가 틸의 페이스북 이사로서의 평가에 나쁜 결과를 미칠 것”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틸은 페이스북 이사를, 헤이스팅스는 페이스북 이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의 팔머 럭키 설립자는 트럼프 지지단체에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결국 회사를 떠났다.
다모어의 이번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메모는 트럼프로 인한 실리콘밸리의 갈등을 더욱 극대화시킨 셈이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애덤 갈린스키 교수는 “트럼프가 일부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모어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며 구글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극우 뉴스사이트 브레이트바트 등 트럼프 지지자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는 “구글의 해고 결정으로 오히려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은 실리콘밸리 내에서 정치적 동조를 너무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내가 아는 트럼프 지지자는 틸과 럭키 밖에 없다”며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안드레센도 페이스북 이사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