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가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와 정면 대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즈니는 8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넷플릭스에서 자사 영화를 내리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디즈니는 이르면 내년 초에 스포츠 케이블TV인 ESPN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9년에는 자체 브랜드의 스트리밍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스트리밍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케이블TV 유료 수신을 중단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 추세 속에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스트리밍 기술을 보유한 BAM테크 지분 42%를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이미 디즈니는 이 회사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넷플릭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제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내리는 결정을 하게 됐다”며 “디즈니와 픽사의 영화가 삭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의 전략적 변화를 의미한다”며 “지난해 지분 33% 인수 이후 BAM테크의 플랫폼에 매우 감명을 받았다. 이를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운명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내년 말까지는 디즈니의 영화들이 계속 보여질 것”이라며 “마블 드라마는 계속 남아있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1일 마감한 회계 3분기 실적은 디즈니가 직면한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SPN이 포함된 케이블네트워크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3% 급감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21% 감소보다 감소폭이 더욱 큰 것이다.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 등이 포함된 미디어네트워크 부문 매출은 58억7000만 달러(약 6조657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이 부문은 디즈니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군이다.
디즈니 전체 순이익은 23억7000만 달러(주당 1.51달러)로, 1년 전의 26억 달러(주당 1.59달러)에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0.3% 줄어든 14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넷플릭스도 자체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디즈니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전날 킹스맨과 킥애스 등 유명 만화 판권을 보유한 스코틀랜드 소재 출판기업 밀러월드 인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의 첫 인수·합병(M&A)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