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정가가 교착 상태에 빠져 울상인 와중에 미국 기업들은 2분기 실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력을 기울여온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AHCA)가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세재 개혁안, 인프라 투자 등 핵심 정책들도 표류 중이다. 백악관 내 파열음도 극심하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경질하고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을 그 자리에 앉혔다. ‘러시아 스캔들’로 혼란한 정국을 참모진을 물갈이하는 방법으로 타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이 혼란한 와중에도 미국 기업들은 2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15.3%를 기록했던 지난 1분기에는 못 미치지만 2011년 중반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유틸리티 분야를 제외하고 월가 은행에서부터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제조업,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산업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톰슨로이터의 전망에 따르면 2분기 IT 업계와 금융업의 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4.2%, 12.4%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최근 비용 감축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며 “구조 조정을 포함한 기업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토퍼 프로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과대평가하면서 기업 실적은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S&P500지수는 작년 11월 초 이후 16% 상승했으며 올해들어서만 10% 상승했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즈비 수석 애널리스트는 “세제 개혁안과 인프라 투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시장은 워싱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안에 주목하고 있다. 코닝의 엔델 위크 CEO는 “결국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세제 개혁안”이라고 밝혔다. 하니웰인터내셔널의 다리우스 아담크직 CEO는 “세법 개혁안을 이번 분기 안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세제 개혁안이 통과한다고 해도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제개혁안이 기업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찰스슈왑투자운용의 오마르 아길러 수석 애널리스트는 “조세 개혁안의 불확실성이 투자를 꺼리게 한다”며 “현재와 같은 기업의 탄탄한 성장세는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8일 미국 상무부는 올해 2분기(2017년 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2.6%(속보치ㆍ연율 환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치이지만 시장이 예상한 2.7%는 소폭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