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자 국제사회가 비상에 걸렸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은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은 유엔 비공개 안정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성명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국은 한국과 미국을 향해서도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은 이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해 이르면 5일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긴급 외교 안보장관회의를 열어 북한 미사일의 성능 등을 정밀 분석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에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이 맞다고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CNN에 “정부는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에서 한미 군사훈련 등이 효과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NYT는 설명했다. 한편 지금까지 트럼프는 중국에 북한을 압박할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과거에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준비를 계속하면 미국이 즉각 공격을 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이러한 개념이 좋은 생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트럼프는 북한의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옵션에 베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BBC의 스티븐 에반스 서울 주재 특파원은 “북한이 개발했다고 자부하는 ICBM의 도달 범위와 실제로 북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과학자 모임인 참여과학자모임의 공동대표인 데이비드 라이트 물리학자는 “북한의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상 각도로 쏘았을 때 6700km 범위를 날아갈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다른 주는 몰라도 알래스카에는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7000도가 넘는 고열을 견뎌야 하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 기술을 완성하진 못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북한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ICBM을 제작했다며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정점 고도 2802㎞까지 상승해 933㎞의 거리를 비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