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N 얼굴 로고를 한 남성을 때려눕히는 합성 동영상을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의 ‘언론 때리기’가 물리적인 폭력을 암시하는 데까지 나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레슬링 경기장에서 CNN 얼굴 로고를 한 남성을 때리는 영상을 올리며 #가짜뉴스CNN, #FNN(#FraudNewsCNN)이라는 해시태그를 함께 달았다. 이 28초짜리 영상은 1900만 명의 트위터가 리트윗하며 순식간에 번졌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영상을 웃어넘겼으나 한편에서는 언론을 위협하는 대통령의 태도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CNN머니는 보도했다.
CNN은 즉각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폭력을 조장하는 슬픈 날”이라고 성명을 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 트럼프케어 법안 등 중요 사안을 앞두고 애같이 행동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CNN의 칼 번스타인 정치 평론가는 “트럼프의 행동은 반(反) CNN을 넘어 반언론”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자유를위한기자위원회의 브루스 브루너 회장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신체적 폭력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의 딘 바케이 편집국장은 “자신의 분노를 풀려고 언론인과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성토했다.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을 향한 폭력과 폭력적 이미지는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같은 당인 공화당의 벤 세스 상원의원도 “시민이 논쟁하고 불평할 권리를 사용하는 것과 이를 무기화하는 것 사이에는 구분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대선 전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노골적으로 날을 세워왔다. 그는 앞서 지난달 1일 참전용사 행사 연설에서 “가짜 언론이 나의 백악관 입성을 막으려 했다”며 CNN를 지목해 비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트윗에 해명이나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톰 보설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아무도 그 트윗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