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와 미국 반도체 업체 웨스턴디지털(WD)도 처음에 제휴를 맺을 때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두고 양사는 역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WD와 도시바는 욧카이치(四日市)공장을 합작 운영 중인데 도시바가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분사해 매각하려 하자 WD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 요청을 했다. 미 캘리포니아 주 고등법원에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중단 명령을 요청했다. WD의 태클에 도시바는 급기야 WD를 상대로 1200억 엔(약 1조222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갈등은 시너지 효과의 필요조건일 것이다.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도시바와 WD 간 신경전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들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28일 도시바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도시바 경영진은 우선협상대상자 연합을 언급하며 ‘IBD’라고 표현했다. 이는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와 미국 베인캐피털((BainCapital), 일본 정책투자은행의(DBJ) 약자를 딴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미일 연합’이라고 부르다가 WD가 우선협상대상자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을 반대하고, 일본 내에서 기술유출 우려가 부상하자 우리나라 기업인 SK하이닉스만 쏙 뺀 것이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은 선택이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제휴사와의 싸움 때문에 그 몸부림이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