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3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직접 파리협약 탈퇴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날부터 파리협약의 비구속조항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며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을 대표하고자 대통령에 선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주권을 되찾은 것”이라며 철강·석탄 산업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파리협약 재협상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협정을 모색할 것”이라며 “미국과 우리 근로자에게 공정한지가 협상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전화통화를 하고,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파리협약이 중국과 인도 등 다른 주요 탄소 배출국에는 엄격하지 않아 이들에 이득이 된다”며 “이 협약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협정을 깨고 미국에 유리한 새로운 환경대책을 협상할 것을 시사한 셈이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파리협약을 탈퇴하자 전 세계적으로 반발이 쏟아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결정을 내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는 “파리협정에 남아있는 국가들은 고용과 산업에서 과실을 수확할 것”이라며 “미국이 그 전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며 “민간 기업들은 이미 저탄소를 미래의 동력으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즉 트럼프의 결정이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퇴보를 가져온 것이라고 일침을 날린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적처럼 파리협약 탈퇴가 오히려 고용 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사수를 위해 파리협약을 탈퇴한다지만, 따져보면 일자리 전망은 파리협약 탈퇴로 더 어두워졌다. 작년에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37만4000명, 풍력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0만2000명에 달한다. 태양광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 중 정규직은 26만 명이다. 반면 사양길인 석탄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6만 명이다. 그 중 석탄 채굴 분야에서 일하는 인력은 8만6000명, 석탄 유통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7만4000명이다. 즉 태양광과 풍력을 합치면 석탄 에너지 산업에 고용된 인력의 3배가 넘는다.
추이도 주목할 만하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는 추세이지만 석탄 에너지 산업은 줄어들고 있다. 2012년 석탄 채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8만9000명이었으나 지난 4월 시점에는 5만5000명으로 급감했다.
탄소배출 규제가 세계적인 추세로 굳어지면서 석탄산업의 위축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여기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비용이 하락해 셰일오일 붐이 일어나는 것도 화력 발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저비용에다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으로 하는 셰일오일이 뜨면서 미국의 석탄 발전소들은 문을 닫는 형국이다. 따라서 파리협정에서 발을 뺀다고 해도 석탄 생산량이나 화력 에너지 산업의 고용 면에서 강한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고 FT는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는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펜실베이니아, 켄터키 등 자신의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을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협약에서 발을 뺀 것은 전체 산업을 고려했을 때 악수일 수 있으나 이들 지역에는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화력 발전소와 석탄 채굴장이 몰려 있다. 동시에 작년 대선 때 트럼프에 표를 던져 당선에 이바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