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주는 협정”이라며 “우리의 산업과 자주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 결정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할 위험을 무릅쓰게 됐다”며 “보호무역주의의 끝을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의 더크 포리스터 회장은 “어떤 방법으로든 트럼프의 결정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다”라며 “이는 기업들이 좋아할만한 일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미국 기업들은 전 세계 경쟁사보다 저렴한 비용에 철강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징벌적 관세를 부과해 이에 대응할 수 있다. 포리스터 회장은 “세계 각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이른바 ‘탄소 관세(Carbon Tariff)’를 적용할 수 있다”며 “제품을 생산할 때 탄소를 많이 배출할수록 세금도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제프 스콧 선임 연구원은 “이날 결정은 트럼프 정부의 공정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즉각적으로 탄소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나 이들이 탄소를 줄이는 정책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미국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는 미국 기업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들은 이런 리스크에 대해 진작부터 우려해왔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모건스탠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25개 대기업은 이날 백악관에 공개서한을 보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우리가 보복 조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트럼프에게 읍소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마음을 되돌리려 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트럼프의 선언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백악관 경제 자문단에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가 탄소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어 실제로 그렇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금 이외 다른 무역장벽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라이트 월드리소시스인스티튜트 선임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이 번영하는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축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