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무역 등을 이유로 중국을 비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중국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에서 77개의 공식 상표를 가진 트럼프그룹이 이달 초 중국 당국으로부터 추가로 의류 상표권 예비 승인을 받았다고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그룹은 작년 6월 중국에 속옷, 양복 등을 포함한 의류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당시 신청한 상표권은 이번 달 초 중국 당국이 예비 승인했다. 트럼프그룹은 이미 중국에서 77개의 공식 상표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 3월 38개의 상표권이 한꺼번에 예비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중국 내 트럼프의 예비 상표권은 39개로 늘어났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예비 승인된 상표는 90일 내에 공식 상표로 등록된다.
작년 대선 때부터 논란을 빚어온 공직자 이해상충 문제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익을 위해 공적인 지위를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의 벤 카딘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현재 직위를 고려할 때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트럼프에게 상표를 허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상표 출원 법을 준수해 진행하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3월 중국이 트럼프그룹의 새 상표권 38개를 대거 승인할 때도 이해상충 논란이 점화했다. 물론 트럼프가 상표권을 신청하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트럼프는 트럼프그룹과 관련한 지분을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 백지신탁 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원하면 언제든 장남으로부터 돈을 빼낼 수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는 상존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백지신탁 문제는 해결됐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맏딸인 이방카 트럼프도 중국에서 상표출원을 받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지난 2~4월 이방카가 운영하는 ‘이방카 트럼프’는 중국에서 5개의 상표를 예비 승인받았다. ‘이방카 트럼프’는 이미 중국에 16개의 정식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이방카 트럼프’ 측은 “상표 등록은 사업하는 통상적인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방카의 변호사는 “백악관 보좌관으로 일한 뒤에는 상표 취득에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자리에 이방카가 동행하고 나서 중국 내 상표 출원에 속도가 붙은 점을 두고 전문가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방카가 사업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고 이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