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넬슨은 인도의 출판업 규모가 67억6000만 달러(약 7조5962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교육 관련 서적만으로 따지면 2020년까지 출판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9.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출판업체 하퍼콜린스의 아나스 파드매나한 인도 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는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업을 하기 좋은 곳”이라며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는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아이들이 더 많이 학교에 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드매나한 CEO는 “나라의 경제 성장은 출판업의 성장을 좌우한다”며 “경제가 성장할수록 비즈니스와 정치 관련 서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책 제목에 ‘인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논픽션 서적은 베스트셀러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2006년부터 서북부 라자스탄 주 자이푸르에서 매년 1월 자이푸르 문학 축제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문인들이 자이푸르를 찾아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 이 축제에 방문하는 사람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2015년에는 25만 명을 넘어섰고, 작년에는 30만 명을 돌파했다.
전자상거래의 부상도 인도 출판물 판매 증가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이베이, 텐센트로부터 14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플립카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6년 10대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창업 기업)’에 인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플립카트는 원래 아마존처럼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창업 10년 만에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부 주도로 문맹률을 낮추고 진학률을 높이는 정책도 출판물 수요 확대에 기여했다. 그런데 최근 고가의 비싼 교과서를 대상으로 학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인도 중고등교육위원회는 오직 정부가 발행하는 교과서를 일률적으로 채택하도록 일선 학교에 강제했다. 파드매나한 CEO는 “국정 교과서를 강제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출판업계의 불만에도 인도 정부는 학교가 상업 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매출이 영어로 된 서적에서 나온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파드매나한 CEO는 “영어는 독자층이 매우 열망하는 언어”라고 표현했다. 인도는 다언어 국가로 인도 전역에 180여 종이 넘는 언어와 500개가 넘는 방언이 쓰인다. 넬슨의 비크란트 마투르 인도·아시아 태평양 지역 도서 판매 책임자는 “인도 중산층이 영어를 선호하는 게 판매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판매가 일부 지역에 치우친 점도 문제다. 파드매나한 CEO는 “다만 인도의 출판업은 특정 지역 편중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어로 출반된 서적의 65%가 부유하고 산업화한 서부 및 남부 주에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뭄바이를 포함한 케랄라, 타밀나두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