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10일(현지시간) 지난 3월 마감한 2016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5년 만에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2016 회계연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21% 줄어든 1조8311억 엔(약 18조261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3% 감소한 27조5971억 엔을, 영업이익은 30% 줄어든 1조9943억 엔을 각각 기록했다. 그룹 전체의 글로벌 신차 판매 대수는 1025만1000대였다. 도요타는 2016 회계연도에 모든 핵심 지역에서 순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최근 분기(1~3월)에는 북미 지역에서 5년 만에 처음으로 710억 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도요타는 내년 3월 마감하는 2017 회계연도 순이익이 1조5000억 엔으로 전년보다 18%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6000억 엔, 매출은 27조5000억 엔으로, 전년보다 각각 20.0%, 0.4% 각각 감소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글로벌 신차 판매 대수는 1025만 대로, 전년과 거의 같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회계연도 달러ㆍ엔 상정환율은 105엔으로, 전년보다 엔화 가치가 3엔 오르는 것으로 설정했다. 회사 실적이 2년 연속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스포츠에서 2년 연속 패배를 예약하는 것은 실패한 것”이라며 “나는 잃는 것을 싫어한다”고 자책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실적 부진의 이유로 엔화 강세와 자사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 격화에 따른 인센티브 비용 증가 등을 들었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서 3년간 호황을 누렸지만 엔저가 끝나자마자 바로 매출과 순이익이 감소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이번 회계연도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신차 판매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더욱 암울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요타가 미국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세단에서 크로스오버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대형 차량으로 선호도가 옮겨졌는데 도요타가 이런 시장 환경과 구매자 니즈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도요타도 미국에서 사상 최초로 세단보다 SUV와 픽업트럭 등 경트럭 판매가 더 많았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 오토데이터코프에 따르면 도요타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캠리 판매는 미국에서 올들어 지금까지 전년보다 15% 감소한 반면 크로스오버와 SUV 판매는 8.1% 증가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들은 유가 하락과 소득 증가에 힘입어 대형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 외국 업체들에 대해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는 마치 과거 일본 전자업계가 내수에 만족한 나머지 ‘갈라파고스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충격을 잇달아 맞고 몰락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거대 조직인 도요타의 최대 과제는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한 임원은 “지난해 4월 사내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소형차와 중형차, 렉서스 등 차종 별로 사업단위 조직을 쇄신해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를 코끼리라고 한다면 아직도 다리나 귀 등 내부에서나 싸우지, 외부의 호랑이와 맞서고 있지 않다”고 반성했다.
한편 도요타는 판매가 부진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현지 생산을 감축할 수 없다는 어려움에도 직면했다. 도요타는 멕시코 신공장 건설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생각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1월 트위터로 회사를 비난하고나서 5년간 100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에 대해서는 자동차 부문에서 대미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