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의 궈타이밍 회장이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궈타이밍 회장은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인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담판지을 계획이다. 궈 회장은 이미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있는 상태여서 이날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혼하이는 지난달 말 마감된 1차 입찰에서 참가 기업 중 가장 많은 3조 엔(약 30조5592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정부가 중국과 대만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혼하이 자회사인 중국 팍스콘은 현지에서 100만 명 이상을 고용해 전자기기를 조립생산하고 있다.
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대규모 대미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시해 상황을 타개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29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율 침체에 직면한 만큼 궈 회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혼하이는 자회사인 일본 샤프와 공동으로 미국에 8000억 엔 규모의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궈 회장은 이미 물밑 작업도 마친 상태다. 지난 2월 말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회담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와 궈 회장 두 사람 모두와 친분이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주선했다고 한다.
손 회장은 일본 금융기관과 궈 회장 사이에 다리를 놓는 등 막후에서 혼하이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혼하이는 애플과의 제휴도 모색하는 등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미·일 정부의 뿌리 깊은 거부감을 극복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어 트럼프와의 회담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지난 24일부터 2박 3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혼하이와 비교하면 자금력에서나 인맥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SK는 1차 입찰에서 2조 엔을 써냈다.
도시바는 다음 달 중순 2차 입찰을 시행한 뒤 6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입찰에 뛰어든 기업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어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