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의 전유물로 전성기를 누리던 바비인형 시대도 이제 한물 간 듯하다. 미국 장난감업계 1,2위를 다투던 마텔과 해즈브로의 명암이 엇갈렸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만년 2등이었던 해즈브로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 지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마텔을 제치고 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섰다.
해즈브로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8억4900만 달러(약 9600억 원)로,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8억2210만 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860만 달러(주당 54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80만 달러(주당 38센트)에서 늘어났다. 시장 전망은 주당 32센트 순익이었다.
반면 지난 20일 실적을 발표한 마텔은 1분기 매출이 7억3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5% 감소했으며 최종 손익은 1억2300만 달러 순손실로 적자폭이 1년 전보다 55% 확대됐다.
주가에서도 양사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마텔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22% 하락했다. 반면 해즈브로는 이날 5.9% 급등해 올해 상승폭을 31%로 확대했으며 장 초반 104.1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기 캐릭터에 대한 라이선스 취득과 디지털 게임 등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해즈브로의 도약을 이끌어냈다고 풀이했다. 특히 해즈브로가 지난 2015년 말 월트디즈니의 인기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 ‘겨울왕국’ 등의 캐릭터 판권을 마텔로부터 빼앗는 데 성공한 것이 역전의 계기가 됐다. 해즈브로의 브라이언 골드너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주요 영화와의 제휴를 포함해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임도 성장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화장실 변기 모양의 플라스틱 장난감에서 물이 튀어나오게 하는 ‘토일렛 트러블(Toilet Trouble)’ 등 톡톡 튀는 장난감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 부문 매출은 지난 분기에 전년보다 10% 늘어난 2억533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마텔은 핵심 라이선스를 잃은 것은 물론 주력상품인 바비인형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바비인형 매출은 지난 1분기에 전 세계적으로 13% 감소했다. 이 여파로 마텔의 여자아이용 장난감 매출이 34% 급감했다. 마텔은 지난 2월 구글 출신의 마거릿 조지아디스를 CEO로 영입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조지아디스 CEO는 “성수기 재고가 우리의 예측을 밑돌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에 실적이 부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