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한다. 버핏이 주식을 사거나 팔면 투자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고 그의 행보를 따라한다. 그러나 이번 웰스파고 주식 매각은 투자와 관련된 결정이 아니라 순전히 미국 정부의 규제에 따른 것이라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설명했다.
버크셔는 이날 웰스파고 주식 900만 주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이미 이날까지 710만 주를 매각했으며 조만간 나머지 190만 주도 정리할 계획이다. 버크셔는 웰스파고 최대 주주다. 버크셔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버핏도 개인적으로 웰스파고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크셔는 성명에서 “이번 주식 매각은 투자나 밸류에이션을 고려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일반 기업이 은행 지분 10% 이상을 가지면 강한 규제를 받는 것을 피하고자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웰스파고가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버크셔 지분은 10% 이상으로 높아졌다. 미국은 1978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은행 지분율이 10%를 넘으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해당 기업에 대해 면밀한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또 연준은 은행이 주요 주주에 제공하는 대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 웰스파고는 버크셔의 회사채 발행 주간사 역할을 해왔으며 몇몇 버크셔 자회사와 업무 관계도 맺고 있다.
버크셔는 연준으로부터 웰스파고 지분 10%를 넘긴 채 계속 보유해도 되느냐고 의사를 타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지분 매각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지분 매각으로 버크셔는 약 5억 달러(약 5679억 원)의 현금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지분율은 9%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유지돼 여전히 버크셔는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이는 웰스파고가 지난해 불거진 ‘유령계좌’ 파문에서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를 보여준다고 FT는 설명했다. 버핏은 당시에도 웰스파고에 무한한 신뢰를 보이며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물론 위대한 은행이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며 비판하기는 했지만 당시 사태 수습을 위해 새롭게 웰스파고 CEO에 오른 팀 슬로언에 대해 “정확히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만족을 표시하기도 했다.
웰스파고 주가는 지난해 9월 스캔들이 터진 이후 지금까지 12% 하락했다. 또 스캔들에 따른 법률 비용과 영업 관행 개선 등으로 이번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버크셔는 지분을 매각하면서도 투자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준 셈이다. 웰스파고는 버크셔가 주식 처분 동기를 명확히 하면서 자신에 신뢰를 나타낸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