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인 영국 듀렉스가 성(性)에 보수적인 인도 시장을 뚫고자 ‘듀렉스 진스(Durex Jeans)’라는 이름의 콘돔을 내놨다. 상품은 콘돔이지만 이름을 마치 청바지처럼 지어 거부감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인도는 에이즈 감염 환자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14~49세 기혼 여성 중 파트너가 피임 수단으로 콘돔을 사용하는 비율은 전체의 6% 미만이다. 일본이 46%, 중국이 8.3%임을 감안해도 인도가 훨씬 낮은 수치다. 1960년대 후반 인도 정부가 국가가족계획프로그램의 하나로 콘돔을 피임 수단으로 들여왔고, 이후 수십 년 동안 성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콘돔 사용을 권장했으나 사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폐쇄적인 성문화에서 비롯한 고정관념 탓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면 콘돔회사 입장에서 인도는 가능성이 큰 시장인 셈이다. 영국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의 자회사인 듀렉스가 인도 시장의 벽을 깨고자 독특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듀렉스의 인도 사업부가 지난달 24일 내놓은 신제품 듀렉스 진스는 일반 콘돔과 구성, 재질 면에서 특이점은 없다. 다만 포장과 이름에서 청바지를 연상케 해 소비자가 구매할 때 거부감을 덜 느끼게 하는 게 특징이다. 25루피(약 430원) 에 판매되는 2개들이 콘돔은 별 모양으로 자수가 놓인 청바지 사진으로 포장돼 있다. 레킷벤키저의 로힛 진달 인도 사업부 마케팅 이사는 “약국에서 듀렉스 진스를 달라고 하면 쿨해 보일 것”이라며 “상품 자체는 일반적인 콘돔과 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섹스와 연관한 제품을 구매한다고 생각지 않게 하는 게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의 핵심이다.
독특한 마케팅이 콘돔 구매를 높일 거라는 데에 현지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타타 사회과학연구소의 생그램 키쇼르 파텔 시니어 연구원은 “콘돔 구매가 낙인으로 이어지는 인도에서 콘돔 사용을 촉진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콘돔’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는 것조차 꺼리는 인도 사람들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전문 컨설팅기관 파마이온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인도의 인구 증가와 높은 성병 감염률을 볼 때 2021년까지 피임약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에이즈 예방단체인 ‘삼파다 그라민 마힐라 산스타’의 미나 세슈 설립자는 “이것은 말 그대로 마케팅일 뿐”이라며 “콘돔을 ‘청바지’라고 부른다고 해서 콘돔 사용이 증가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