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거래소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은 주식과 원자재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당나귀에서 꽃에 이르기까지 매매할 수 있는 모든 품목에 대해 거래소가 있다.
중국의 거래소 수는 현재 1000개가 넘으며 이는 2011년의 300곳에서 급증한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리서치업체 선서스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거래소는 상하이와 선전의 국가 증권거래소에서 단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도 다양하다. 현재 농산품과 금속, 화학물질 등의 가격을 결정하는 거래소는 중국 34개 성ㆍ시ㆍ자치구 중 32곳에 진출해 있다. 윈난성에서는 지난해 9월 난초 거래소가 문을 열기도 했다.
보컴인터내셔널의 훙하오 수석 투자전략가는 “거래소의 적절한 운영은 중국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거래소의 급격한 증가와 어마어마한 수는 당국의 감독이 적절하게 이뤄질지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거래소가 리스크를 헤지하는 장소로 시작됐으나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당나귀 거래소는 현재 전 세계에서 돼지와 콩 선물상품이 거래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설립됐다. 중국에서 당나귀는 단지 짐을 나르는 동물이 아니라 농업 원자재 취급을 받고 있다. 당나귀 가죽을 푹 고아서 만든 ‘어자오(阿膠ㆍ아교)’는 전통적으로 빈혈 치료에 쓰이는 약재로 지난 10년간 수요가 급증했다. 아울러 당나귀 수도 많이 늘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기간 당나귀 가격은 무려 네 배가량 뛰어 현재 한 마리당 약 8000위안(약 13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수요는 전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프리카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는 최근 자국 내 당나귀가 품귀 현상을 빚자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어자오를 생산하는 국영 둥어어자오공사(Dong-E-E-Jiao Co.,)는 지난해 12월 당나귀 번식 산업을 촉진하고 전국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자 거래소를 출범했다. 산둥성에 있는 이 거래소는 전화로 매매를 처리한다. 예를 들어 한 농부가 당나귀를 판매할 의향을 밝히면 주문을 직접 처리하는 ‘러너(Runner)’가 이를 확인하고 품질을 검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는 가격을 정하고 구매자를 찾는다. 당나귀 거래소는 현재 100명 이상의 러너가 있다. 출범 후 이 거래소에서 3억7000만 위안 이상의 거래가 처리됐다. 둥어어자오는 올해 말 거래 규모가 15억 위안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4월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 거래도 시작할 계획이다. 둥어어자오는 직접 당나귀를 매입하는 대신 당나귀를 도살할 때 가죽을 사들인다.
각양각색의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당국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지방 거래소를 감독하는 정부부처들은 지난 1월 공동 성명에서 “일부 플랫폼이 불법 활동에 관여했다”며 “우표와 동전, 수집카드 거래소는 시장조작 혐의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에는 네이멍구 자치구 상품 거래소 차이나골드&실버트레이드센터 회장이 자금을 횡령해 도주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로펌 베이징쉰전의 왕더이 변호사는 “문제가 있는 거래소들은 시장에서 돈을 빼돌려 투기에 참여해 금융시장의 질서를 약화시킨다”며 “거래소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신규 거래소 중에 성공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2006년 문을 연 중국스테인리스강거래소다. 이 거래소는 표준화된 계약과 창고 관리, 제3자 관리인 등 주요 선물시장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으며 전국적 규모의 상하이선물거래소와 니켈 벤치마크 가격 제공자로서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