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문턱에서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AHCA)’이 좌초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과 협력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의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현해 “국민과 함께할 때다”라고 말하며 “민주당 의원 몇몇과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는 당파적인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하원 내 분열로 트럼프케어가 좌초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민주당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WSJ는 현재 트럼프가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 없다며 의회에서 지지 기반을 확장하지 않으면 트럼프의 정책들이 줄줄이 심각한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4일 트럼프케어 표결을 철회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손을 내밀 의사가 있음을 은연중에 비쳤다. 또 이번 달 초에는 민주당 하원 의원들을 만나 약값 인하 협상에 나서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줄곧 약값이 비싸다고 주장해왔고, 작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도 약값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WSJ는 트럼프와 민주당의 협력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대략 두 번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다음 달 28일까지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정부 예산안이다. 현재 정부 여당은 국방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공개된 트럼프 정부의 첫 예산안에서 국방 예산은 대폭 증액됐고 외교, 환경, 복지 예산은 깎였다. 민주당은 민생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두 번째 기회는 세법개정안이다. 만약 트럼프가 중산층 감세에 초점을 맞춘다면 민주당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고소득 가구를 포함한 감세안을 추진한다면 민주당 의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민주당이 트럼프케어에 조금도 지지를 않는 것이 법안 철회의 주된 이유이며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의원 향해서는 ‘광대 우두머리(head clown)’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WSJ은 트럼프가 슈머 의원과 몇 년간 알고 지낸 사이이며 장막에서 민주당의 조 맨친 하이디, 하이디 하이트캠프 상원의원 등을 만나 왔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과 공화당 내 강경파 모두 겉으로는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접지 않고 있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그들은 트럼프케어에서 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케어를 좌초시킨 프리덤 코커스의 짐 조던 하원의원은 “30~40명의 하원의원이 옳은 일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