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폐기·IS 전쟁선포”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 뒤집기
“왜 제재해야 하나” 러시아 감싸기… 햄버거 협상? 대북문제도 아리송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국제 관계를 설명하는 오래된 명제가 ‘트럼프 시대’를 맞아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모두 뒤집을 태세에 돌입하면서 세계의 역학구도가 격변할 조짐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고립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 중동 정책이다. 특히 이란의 정세 불안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란 핵 협상을 ‘재앙’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란 측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핵 합의 이행 개시 1주년을 맞아 “트럼프 정부가 이번 주 출범하지만 핵 문제의 재협상은 없다”고 방어 태세를 표명했다.
중동 문제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도 빼놓을 수 없다. 중동 국가 중 트럼프의 당선을 두 팔 벌려 환영한 나라는 이스라엘이었다. 트럼프는 기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기존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으로 여겨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도 선언했다. 대선 당시 트럼프는 “IS를 격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공언했다. IS를 향한 트럼프의 강경한 태도는 ‘물고문’으로까지 나아갔다. 대선 기간 그는 여러 차례 물고문 부활을 약속했다.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물고문보다 훨씬 더한 것을 복원하겠다”고 말했고, 작년 6월에는 “IS에 잔인하고 난폭하게 싸워야 한다”며 “나는 물고문을 거친 방책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차기 정부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정책에 대해 선을 그었다.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세션스 내정자는 “물고문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법망을 피해 물고문을 부활하는 묘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앙숙으로 여겨졌던 러시아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과 관계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부터 친 러시아 성향을 감추지 않았다. 러시아가 해킹으로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의 당선과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줄곧 부인하다가 최근 인정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제재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려는 누군가를 왜 제재해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취임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뜻도 시사했다. 트럼프는 “푸틴 정부가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을 이해하며 그것은 나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대북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 트럼프는 김정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북핵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말처럼 북핵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8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4년 안에,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중에 북한은 실전 배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것이 2020년 트럼프 재선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내각 인사들은 거듭 북한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이다. 제임스 매티스 차기 미국 국방장관 내정자는 12일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핵과 미사일 저지를 위한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해 “어떤 것도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북한 도발을 억제하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