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에 형사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글을 실었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 로 리뷰에 학술적인 글을 기고한 것은 오바마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 시절 하버드 로 리뷰의 첫 흑인 편집장을 맡은 바 있다.
5일 발행된 하버드 로 리뷰 130권 3호에 ‘형사사법 개혁 진전에 대통령의 역할’을 기고한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형사 사법 개혁 성과와 차기 행정부의 과제를 제시했다. 분량은 56쪽에 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교도 시설 운영에 연 800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며 “교도소에 쓰이는 비용을 줄이고 더 중요한 일에 세금을 써야 한다”고 썼다. 오바마는 현재 마약범죄자들 같은 비폭력사범들도 징역을 사는 사법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15년에 엘리노 연방 교도소를 방문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비폭력 마약사범 6명을 만나 45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또 교도소 내 인권문제 개선과 독방감금제 폐지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사법 체계의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했다. 2015년에 교도소를 방문했을 당시도 오바마는 “재소자 중 다수가 유색인종이다”라며 퍼거슨 사태처럼 유색인종에게 가혹한 사법시스템을 비판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인종 차별의 유산이 사법 체계를 불평등하게 만들고, 이를 수많은 미국인이 경험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 오바마는 대통령이 어떻게 형사사법 체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와 제도 개혁에 대해 대통령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도 서술했다. 또 “형사사법 개혁 법안 통과, 위험인물 총기 소지 방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확산 문제 해결 등 진정한 형사사법 제도 개혁을 위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백악관의 닐 이글스턴 정책국장은 “대통령의 글을 읽고 다음 세대 법률가들이 사법 개혁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