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중견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체결하고 아시아 지역 항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글로벌 상위 선사의 치킨게임 지속으로 위기를 맞은 국내 해운업계가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에 돌입한 것이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현대상선은 장금상선, 흥아해운과 ‘HMM+K2 컨소시엄’ 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MM+K2 컨소시엄’은 내달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하고 오는 3월 정식출범한다. 계약기간은 2년이며, 만료시 자동으로 갱신된다.
이번 컨소시엄은 국내 해운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원양, 근해선사간 전략적 협력이다. 협력 구간은 일본, 중국 등 아주(亞洲) 역내 항로와 동ㆍ서남아시아 항로다. 컨소시엄은 선복구매(다른 선사의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사는 것), 선복교환(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서로 교환), 선박공유(항로를 운항할 때 해운사들의 선박을 섞어 사용)를 비롯해 항만인프라 공동 투자 등도 함께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이 가동되면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인근 지역을 운영하는 근해선사의 지선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대상선은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보유한 일본 40개여개, 중국 10여개 등 지선망을 자사 선복으로 채울 수 있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선복교환을 통해 아주 역내 항로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3국 간 신규항로 개척 등 취약점을 보완하게 된다.
이상식 현대상선 컨테이너기획본부장(상무)는 “상호 항로간의 선복교환을 통해 보유 자산을 잉여없이 최대한 활용하고, 중첩된 항로간의 통합으로 비용절감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부산항 환적 물동량도 조기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라마이더스(SM) 그룹의 계열사인 대한해운은 이날 신설 별도법인인 SM상선을 통해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대한해운에 따르면 이날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진해운 주요사업의 영업양수도 승인의 건’이 주요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다만 대한해운은 SM상선으로 계약주체가 변경돼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될 경우 별도법인을 통해 계약하도록 지위를 이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SM그룹 내 컨테이너 운영 신설법인인 SM상선이 주도적으로 계약에 대한 이행과 서비스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 인수금액은 해외법인 7곳 중 6곳이 인수대상에서 제외되며 당초 370억 원에서 275억 원으로 변경됐다. 중국인 채권자가 한진해운으로부터 받아야할 채권액을 한진해운 중국법인에 요구하는 등 1000억 원이 넘는 우발채무가 발생한 탓이다. 대한해운은 이달 5일 잔급을 납부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주요 자산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며 파산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재판장 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오는 13일 오후 2시 관계인집회를 연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조사경과와 최종보고서 등을 설명하는 자리다. 재판부는 집회를 마친 뒤 빠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안에 파산선고를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