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내 최고액권이자 가장 많이 사용되는 100볼리바르 지폐의 유통마감 시한을 또 연장했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국민이 신년 축제 기간에 화폐 교환 문제로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내년 1월 20일부터 100볼리바르 지폐의 유통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100볼리바르 유통을 금지했으나 이에 따른 사회 혼란이 극심해지자 내달 2일까지로 100볼리바르 유통중단을 유예했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고 100볼리바르 지폐가 밀수와 같은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을 막고자 이달 15일부터 500·1000·2000·5000·1만·2만 볼리바르 등 6종의 지폐를 새로 유통하고 현행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화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었다. 100볼리바르 지폐는 실제 미화 2센트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신권을 제때 준비하지 못하면서 사회혼란만 더욱 가중됐다. 100볼리바르 화폐 사용이 금지됐지만, 고액권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은 은행 앞에 장시간 줄을 서도 더 낮은 화폐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급격히 늘어난 부피로 국민의 불편은 커졌고 설상가상으로 낮은 화폐마저 부족해지자 각지에서 폭동과 약탈이 일어났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에서 살인적인 물가로 고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180%에 육박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이 2000%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세 칸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부총재에 따르면 현재 2만볼리바르 지폐 290만 권과 5000볼리바르 지폐 450만 권, 500볼리바르 지폐 6000만 권 등이 도착했으나 신권지폐 유통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