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이 결국 세계 2위 스위스 해운사인 MSC로 넘어간다. 현대상선은 추후 롱비치터미널의 일부 지분만 인수한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전날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스위스 해운사인 MSC의 자회사 TIL에 매각하는 내용의 지분매매 계약(SPA)을 맺었다. 단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미국 법인 승인, 미국 항만청 승인, 롱비치터미널 대주단 승인 등을 조건부로 내세웠다. 업계에선 MSC가 조만간 3개 조건을 모두 승인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MSC는 롱비치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사실상 한국 해운사의 주요 터미널이 해외 해운사로 넘어가는 것이다.
MSC는 롱비치터미널 지분 46%를 보유한 2대주주로,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현대상선은 추후 롱비치터미널의 소수 지분만 인수한다. 앞서 현대상선과 MSC는 컨소시엄을 맺고 한진해운 지분 54%에 대한 공동인수를 추진했으나, 최근 공동입찰을 철회했다. 현대상선은 롱비치터미널에 대해 MSC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고, 부채가 3000억 원에 달하는 등 경영권 확보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롱비치터미널에 대해 추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은 확보할 것”이라며 “경영권보다는 경쟁력 있는 하역비 향유로 실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짜 자산을 속속 매각한 한진해운은 청산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법원에 낸 보고서를 통해 한진해운의 청산가치(1조8000억 원)가 계속가치(9000억 원)보다 높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