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대통령·스캔들·탄핵…브라질 전철 밟는 한국

입력 2016-12-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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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사진=신화뉴시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사진=신화뉴시스

국회 본회의에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날 표결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박 대통령이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게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9월 긴 탄핵 절차 끝에 대통령 궁에서 나와야 했다. 1992년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페르난두 콜로르 지멜루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탄핵되는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2010년 제36대 대통령에 당선된 호세프는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남미 국가 중에서는 3번째 여성 국가원수였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는 점은 박 대통령과 다른 점이다.

호세프를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부패 스캔들’이었다. 2015년 1월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것도 잠시 같은 해 10월 재선을 위해 국가의 재정 적자를 숨기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국영 에너지업체 페트로브라스 뇌물 사건에도 연루돼 부패스캔들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브라질은 호세프가 집권하는 동안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다. 원자재가 하락하며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등급까지 강등됐고 실업률은 11%까지 치솟았다. 결국, 같은해 12월 하원에서 탄핵 청원이 시작됐다. 이어 올해 4월 하원에 이어 8월 말 상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고 호세프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탄핵 이후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에 취임하며 정정불안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브라질 정치와 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하원에서 탄핵을 결정할 때만 해도 호세프의 실각이 최종 결정되면 브라질 금융시장과 경제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제행사인 리우올림픽을 간신히 무탈하게 소화할 때만 해도 브라질이 정정불안을 딛고 경제 회복에도 성공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테메르 대통령도 최근 각종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탄핵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미 테메르 대통령은 정부 재정수지 개선을 목표로 고강도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국민의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한 터였다. 테메르 정부가 브라질 경제를 살릴지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브라질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해외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는 탄핵이든 상관없이 향후 한국의 정정불안이 경제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코바 기반으로 하는 스페셜라이즈드리서치앤인베스트먼트그룹의 타다시 쓰가구치 펀드매니저는“누가 차기 지도자가 되든 외교정책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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