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무소속 후보인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승리했다. 유럽을 휩쓸던 극우 열풍을 오스트리아에서 일단 막아냈다.
오스트리아에서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판 데어 벨렌 후보는 투표 종료 후 잠정 예상 득표율이 53%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극우 성향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에게 7%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현지 공영 ORF방송이 보도했다.
자유당의 호퍼 후보는 반난민 정책을 호소하며 접전을 펼쳤지만 극우 대통령의 탄생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판 데어 벨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풀이된다.
오스트리아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많은 난민이 유입돼 반이민·반난민 정서가 강해졌다. 호퍼 후보는 무당파 유권자 공략을 위해 극우 특유의 과격한 표현을 자제하고 온화한 정치인상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관대한 난민정책을 내건 판 데어 벨렌 후보를 맹축격했다.
기존 정당들이 극우 성향 대통령이라는 사태를 막고자 연대했다. 사회민주당 소속의 크리스티안 케른 총리는 이날 밤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성명을 냈다. 호퍼 후보는 “성공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패배를 선언했다. 판 데에 벨렌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자신의 우세로 나오자 “유권자들이 자유와 평등, 연대라는 메시지를 지지했다”며 감사 성명을 냈다.
오스트리아는 내각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상징적 역할에 그쳐 정치적 실권은 작다. 그러나 극우 인사가 대통령에 오르면 러시아, 헝가리 등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반면 독일 등과의 외교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웃 유럽국가들도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자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포퓰리즘에 이성이 승리했다”고 축하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유럽의 단결과 관용의 승리”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5월 열린 대선에서도 판 데에 벨렌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개표 절차가 미비했다는 판단 하에 선거를 다시 하라고 판결해 이날 대선을 다시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