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본유출 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해외 인수·합병(M&A)과 결제를 규제하고 나서 위안화 송금과 금 수입 제한에도 나서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 속에서 점차 줄어드는 외환보유고를 보호하고자 조치를 펼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10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의 대규모 딜과 핵심 사업과 무관한 10억 달러 이상의 인수를 내년 9월까지 금지하고 승인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등 해외 M&A 규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해외 자금 결제 심사기준도 종전 50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나아가 F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중국 소재 기업들의 순위안화 송금을 주주자본의 30%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제화를 장려하고자 이런 규제를 두지 않았다.
한편 현지 은행가들과 트레이더들은 금 수입업체가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얻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밝혔다. 위안화 약세에 금에 대한 수요가 커졌는데 이마저도 제한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올 들어 9월까지 905t의 금을 수입했다.
중국의 해외 위안화 결제는 지난 3분기에 1조7000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위안화는 9700억 위안에 그쳤다. 당국은 이전에 해외에서 무역과 투자에 위안화가 쓰이는 것을 바람직하게 봤기 때문에 위안화 유출에 관대하게 접근했으나 자본유출이 심화하면서 태도를 전환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올들어 지금까지 5.8% 하락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폭 하락을 향하고 있다.
왕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취한 모든 조치는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예상이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중국은 많은 외환보유고가 증발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유일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위안화 송금도 억제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는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외 위안화시장의 유동성은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HSBC홀딩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홍콩과 싱가포르 한국 대만의 위안화 예금은 이전 1년간보다 30%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