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에너지 공기업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엇갈린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두 회사의 주가를 갈랐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경우 유가상승 부담과 정책 리스크 등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반면, 가스공사는 유가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주가는 그간 실적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전력은 올해 내내 호실적 행진을 했다. 올해 1분기(1~3월)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3분기에 이를 또 한 번 경신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10조7000억 원을 기록했고, 연간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인 13조440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2.5%에 달한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 흐름이다. 2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한국전력은 4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초(5만 원) 대비 5.80%, 상반기 말(6만100원) 대비 21.63% 각각 하락했다.
한국전력과 달리 가스공사 주가는 올 내내 오름세를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주가는 현재 4만3400원으로 연초(3만6050원) 대비 20.39%, 상반기 말(3만9750원) 대비 9.18% 각각 상승했다. 실적과는 대조적이다. 가스공사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894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분기에 64억 원, 3분기에 18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함에 따라 올해 전체적으로는 부진한 성적이 예상된다.
두 회사의 실적과 주가가 엇갈린 원인은 국제유가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간 국제유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올해 상반기 이후로는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경우 고유가는 발전 단가 부담으로 이어져 비용이 커진다. 이와 달리 가스공사는 유가가 오르면 해외에서 개발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경쟁력도 높아진다.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이후 줄곧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OPEC의 감산 합의가 실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유가 반등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내년 가스공사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부터 유가 50달러 수준에서는 생산량 증가로 흑자전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전의 경우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해 과도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주가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증가하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졌던 것. 다만 지난 24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당정협의에서 구체적인 누진제 개편안이 나온 뒤로는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주가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