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명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주가가 해외사업 기대감에 엇갈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증가에 힘입어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대우건설은 해외사업에서 시작된 불똥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이어져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현대건설의 주가는 올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2일 현재 현대건설 주가는 4만3000원이다. 연초(2만7650원) 대비 55.52%나 오른 것이다. 특히 하반기 상승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지난 3분기(7~9월) 영업이익(2751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 주가는 하반기에만 28.94% 상승했다.
현대건설 주가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은 국내외 대형 현장의 매출 개선과 해외 부문의 수익성 개선 결과다.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 UAE 원자력발전소 등 해외 대형 현장이 본격 진행된 과정에서 해외 부문 원가율이 작년보다 1%포인트가량 개선됐고, 그간 우려 요인으로 꼽히던 미청구 공사가 감소세를 보인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대우건설 주가는 현재 5500원으로 연초 5350원에서 2.80%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 들어서는 5610원에서 5500원으로 오히려 1.96% 떨어졌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여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다소 초라한 결과다.
대우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9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3분기 성적이 전년 대비 부진한 곳은 대우건설뿐이다.
해외부문이 현대건설엔 덕이었다면 대우건설엔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16일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3분기 감사보고서에 ‘의견거절’을 제시한 뒤 곤두박질쳤는데, 문제의 핵심은 결국 해외사업이었다. 북아프리카 알제리 ‘RDPP 복합화력발전소’ 사업, 동남아시아 건축 프로젝트 등 저가 해외수주에 따른 타격이 컸다.
증권가의 전망도 대비된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에 대해 “에콰도르,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 4분기에만 4조~5조 원 규모의 해외수주가 예상된다. 4대 미착공 해외 프로젝트 중 규모가 큰 2개 사업의 착공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해외 저가현장이 종료되면서 원가율이 안정돼 있고 분양 성과가 좋은 주택 부문은 고마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우건설에 대해서는 혹평이 쏟아졌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감사의견 거절로 대우건설의 전반적인 회계 처리에 대한 신뢰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연간 사업보고서의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는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