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아시아 기업 회사채 발행 총액은 1조1000억 달러(약 1297조원)에 달했다. 이는 2008년 2608억 달러에서 4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아시아 기업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아시아 회사채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대선 이후 시장에서 점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인상 확률이 100%에 육박하자 전 세계 채권 금리도 덩달아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발행으로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의 자금 차입비용도 커진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것도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갚아야 할 빚이 달러 강세로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최근 약 14년래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미국 대선 전 4.13%였던 달러 표시 아시아 회사채 발행 평균 쿠폰금리는 대선 이후 4.59%로 상승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아시아 채권 중 20%가 달러 표시 채권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들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아시아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컨트리가든홀딩스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이유로 10년물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인도 국영 카나라은행도 미국 대선 이후 5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회사채 시장 침체기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회사채 시장의 지속적인 자본 유출은 결국 향후 전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단기적인 현상”이라면서도 “진짜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펀더멘털적으로 더 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