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이유로 공격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모디 총리는 8일(현지시간) 특별 담화에서 인도에서 가장 고액권인 1000루피(약 1만7000원)와 그 다음으로 높은 500루피 지폐 사용을 9일부터 중지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탈세와 돈세탁 등 불법 행위에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500유로 지폐를 폐지하려는 것과 같은 의도다. 모디 총리는 탈세 단속, ‘검은 돈’으로 알려진 불법 소득 억제, 해외 은닉자금 환수 등을 약속해 왔다.
당장 9일부터 1000루피와 500루피 유통이 중단되며 이들 지폐를 보유한 사람들은 연말까지 은행이나 우체국 계좌에 저축하지 않으면 가진 돈은 휴짓조각이 된다. 당연히 고액을 입금한 사람들은 탈세 혐의 등으로 수사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화폐개혁은 세계 각국 정부가 종종 지하자금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펼치는 극단적인 수단이다. 인도는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밀란 바이슈나브 선임 연구원은 “모든 사람이 검은 돈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과장됐다고 말을 할 때 모디 총리가 분위기를 한 번에 전환했다”며 “다만 인도 국민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의아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중앙은행(RBI)에 따르면 화폐개혁은 1978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운 조치는 현금 결제가 여전히 많은 인도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벌써 이날 뉴델리와 뭄바이에서는 오는 11일까지 해당 지폐 유통 중단 예외 적용을 받은 주유소에 사람들이 몰린 것이 목격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현금지급기(ATM) 앞에서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이 보유한 500, 1000루피 지폐를 다른 지폐로 교환하려 했다.
RBI에 따르면 현재 약 16억5000장에 달하는 500루피 지폐와 67억 장의 1000루피 지폐가 유통되고 있다. RBI는 조만간 새 2000루피 지폐와 도안을 달리한 500루피 지폐를 유통시킬 계획이다.